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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제로 택한 이유

조혀니 2019. 2. 28. 14:21

대학교에서 공부한 전공은 회계이지만, 지금까지 내가 달려온 분야는 마케팅에 가깝다. 물론 전공따라 일하는 사람 많이 없다고들 하지만, 이 잘못된 만남은,  고등학교 시절에서 비롯되었다.

고등학교때 우연히 "수학부장"이라는 걸 맡아 친구들 앞에서 아침마다 수학문제를 2개씩 설명하고, 풀이해주는 활동을 하였다. 매일 저녁 다음날 친구들 앞에서 풀이해 줄 문제를 미리 풀어봐야했고, 칠판에 미리 문제를 써놔야했기에 항상 등교시간보다 10분정도 일찍 와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활동이 좋았다. 친구들 앞에 나가 수학문제를 풀어주는 그 활동이 좋았고, 그 관심이 좋았다.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좀 더 재밌는 비유로 친구들의 관심을 끌고, 문제를 풀어줄 때, 누군가가 "아하 그렇구나"라는 표정을 지어주고, 정답을 말해주고, 너 정말 설명 잘한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인생 처음으로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착각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건 "수학"이 아닌 "관심을 받는 것"이었는데, 나의 단순한 생각은 '수학문제를 풀어주는 활동이 나랑 잘맞네=나는 숫자를 다루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라는 굉장한 착오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당시 6개밖에 넣지 못했던 수시 원서를 모두 "회계학과"로 도배했고, 결국 그중 마지노선으로 넣었던 한 학교에 겨우 합격할 수 있었다. 

 

 "숫자를 보는 눈과 꼼꼼함"이 많이 부족했던 나에게, 회계라는 직무는 잘 맞을리 만무하였고, 전공이 아닌 다른 흥미를 찾고자 치열하게 노력해야했으며, 결국 나는 회사의 자금은 커녕, "내 돈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로 졸업을 하였다. 막연하게 '부모님이 값아주시겠지' 라고 생각하며 걱정없이 받았던 학자금 대출은, 사회초년생인 나에게 가장 먼저 이게바로 '빚'이구나 라는 생각을 안겨준 부담으로 다가왔고, 6개월간 서울에서 인턴생활을 하며, 자취가 로망이라는 이유만으로 나가살며 지출했던 "월세"는 "역시 돈을 모으려면 집에살아야한다"는 교훈을 내게 남긴 채 공중분해되었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던 것이다.

 

부모님이 용돈을 주실때 그 용돈의 무게를 알지 못했고, 당연히 전가드렸던 내 의식주 비용이 주는 부담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돈을 벌고 이제 무언가를 생산하고, 만들어야하는 근로자, 사회인이 되어보니, 이제는 그렇게 살아가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돈에 대해 공부하고, 접하고, 돈을 다루는 법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기 시작했다. 불과 1년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동일한 급여를 받고 있지만 돈을 다루는 나의 태도나, 생활습관은 많이 바뀌었다고 자신한다. 물론 이제 시작이지만, 그 과정을 내 또래의 많은 초년생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돈"을 주제로 택했다.